박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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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엽을 태우며(외6수)
2019년 07월 18일 09시 19분  조회:254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락엽을 태우며

박장길

 

꿈의 껍질을 모아 태운다

타버리는 꿈의 향기는 좋아라

하얗게 가맣게 비여지며

죽어버리는 꿈의 시체를 파묻는다

 

화려한 초록의 기억은 사라지고

시간이라는 것에서 바작바작 타는

마른 소리를 옆구리로 듣는다

 

가슴에 살다 무덤에로 간 잎들을 스쳐

륜회의 바퀴는 가을을 지나가며

어제의 마지막을 건너가고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 때

그 무엇인가 나를 찾고 있지 않았을가

길이 만남이라면 그 만남은 열림이리니

꿈의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다

 

아직 초으스름도 아닌데

발걸음은 버릇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이 가을의 한낮을 나 그냥 갈 수는 없어라

 

 

진홍가슴새 

 

너는 본래 눈맛 없는 재빛이였다

그 사람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피 흐르는 이마에서 입으로 뽑을 때

그 분의 피 한방울이

네 가슴에 떨어져서

피빛의 진홍가슴으로 되였다

친절한 마음씨 하나로 변신한

네 날개그늘 아래 세상이 숨었다

 

 

해살명상

 

금빛찬란한 해살이

머리 속으로 쏟아져 들어와

온몸에 깊이 스며들고는

다시 발가락으로 빠져나가면서

나를 깨끗이 정화시킨다

 

그 청정한 빈 장소로

어둠이 발끝으로부터 스며들어

온몸에 어둠의 강이 흘러넘치며

다시 머리를 통하여 밖으로 빠져나가며

나를 변화시켜 놀라게 한다

 

저쪽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내 배꼽에서 빛줄기가

서서히 솟아오르는 소리를 즐길 때

그 소리는 의미를 갖고

나는 또 하나의 태양을 본다

 

 

문이 되여

 

나 스스로 문이 되여

그 문을  통하여 사라져버린다

 

나무가지에 바람이 스쳐가는 소리 아래

몸만 있고 머리 없는 내가 나무로 서면

그 바람이 나의 몸을 통하여 지나간다

 

나무들과 나무 되여

이야기하고 껴안아주면

넓은 내 뒤에 모든 것이 있다

 

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찰나에

물씬 진동하는 꽃향기를 맡는다

신의 향기, 자연의 향연!

 

정신이 막을 내리는 곳에서

시작되는 명상, 나는 정신이 아니다

자연에 귀의한 자연 속의 자연으로

나는 자연스럽다

 

 

건너 쪽

 

너를 사랑하면서

중심으로부터 내던져지고

나 이제 여기에는 없다

사랑만 남아있고

나는 없다

 

정녕 인간이

신과 짐승의 사생아라면

동물도 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동물은 자유로와져야 한다

갇혀있던 내가

무욕으로 문 열고 나와

너에게 소유되였다

 

 

목련

 

햇병아리 숨소리를 내고 있다

노란 모시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무가지에 앉은 날지 않는 나비

 

애련한 모습 저만치에 두고

조금도 불순하지 않고 돌아올 때

내 뒤에 봄이 따라오고 있었다

 

 

어머니

 

세상 고뇌를 다 업은 것 같은

한 어머니가 걸어간다

 

어머니의 고뇌는

땅우에 발자국이 패일 만큼

무겁고 괴로웁지만

그것을 사랑이 지고 간다

인간의 행동에

신의 뜻이 나타나고 있다

 

눈물 글썽 고여라

어둠 속에 피여나는 새벽

새벽을 낳으며 죽어간 밤들

여기, 그 밤이 부끄러운

사나이가 있다

출처:<장백산>2017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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